전남 해남은 땅끝마을로 기억된다. 해남에는 미황사, 대흥사 같은 아름답기로 소문난 오래된 절도 있고 고구마로도 유명한데 해남 하면 땅끝마을이 먼저 떠오르니 말이다. 한반도의 최남단. 육지로 치면 서울에서 가장 먼 곳이라 전남 여행을 자주 가면서도 해남 여행은 까마득히 먼 곳처럼 느껴진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끝. 지리학적 위치가 주는 명백한 정의는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그럼에도 한 번은 끝을 보기 위해 갔었고 또 한 번은 땅끝마을 모노레일을 타고 땅끝전망대를 가기 위해 갔었다.
1. 땅끝 모노레일
⊙ 전남 해남군 송지면 땅끝마을길 60-28 땅끝모노레일매표소승강장
한반도의 끝 지점인 그 자체로 특별한 해남 땅끝마을에는 갈두산 사자봉 정상에 땅끝전망대가 있다. 전망대를 오르는 길은 세 코스가 있다. 해남 땅끝마을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거나, 차를 타고 전망대 휴게실까지 간 후 전망대까지 난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거나, 땅끝마을에서 전망대까지 걸어 올라가는 방법이다. 이 중에서 가장 쉬운 방법이 모노레일을 타고 땅끝전망대에 오르는 방법이다.
나는 모노레일을 택했다. 해남 모노레일은 20인승 2량이 땅끝마을 주차장에서 다도해가 내려다보이는 땅끝 전망대 간 395m 구간을 운행한다. 요금은 성인 기준 편도 3,500원, 왕복 5,000원으로 왕복 운행에 13분이 걸린다.
편리하게 의자도 있는데 고속버스 맨 뒤 좌석 의자처럼 생겼다. 출발하기 전에 몇몇 사람은 앉았었지만 결국은 바깥 풍경을 보겠다고 다 일어섰다.
출발 시작이 되니 모노레일이 철컥철컥 소리를 냈다. 올라갈수록 푸른 바다가 멀어지고 넓어졌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모노레일 아래로는 땅끝 앞바다가 펼쳐졌다. 바다는 전복과 미역, 다시마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양식장이다. 전남 여행을 하며 많이 봐왔던 풍경이라 익숙했다.
땅끝전망대 앞에 도착하니 '땅끝의 흙'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을 밟고 인증샷을 찍는 관광객들이 보였다. 해남 여행을 오랜만에 온 것까지 기념하기 위해 나도 인증샷을 남겼다.
입구에는 느린 우체통도 있다. 땅끝 전망대 매표소에서 엽서를 구입해 사연을 적은 후 우체통에 넣으면 6월 또는 12월에 원하는 주소로 발송해 준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의 공간이다.
2. 땅끝전망대
⊙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땅끝마을길 100
땅끝전망대에 오르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내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기도 좋다.
전망대 1층에는 해남의 상징물과 땅끝 마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부스가 재미를 더하고 있다. 빈티지한 B급 감성 느낌의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고 디지털 사진과는 또 다른 아날로그 감성의 사진이니 재미 삼아 찍어봐도 좋을 것 같다.
횃불 모양 땅끝전망대에 올라서면 푸른 남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땅끝전망대는 한 해의 마지막 해넘이를 보기 위해 연말에는 관광객들도 넘쳐나는 곳인데 평일에 여행을 간 터라 제법 한산했다.
오목하게 자리한 땅끝마을 앞쪽으로 유람선이 정박하고 연안에 만들어진 양식장은 마치 바다에 펼쳐놓은 바둑판처럼 보였다. 맑은 날이면 흑일도, 백일도, 노화도, 보길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을 텐데 하필 전남 여행 간 날 날씨가 좋지 않았다.
땅끝 모노레일을 왕복으로 끊었다면 다시 타고 내려가면 되는데 땅끝전망대 아래 있는 땅끝탑까지 보고 싶어서 산책로를 따라 걸어 내려가는 것을 택했다. 해남 모노레일을 타서 해남 여행이 무척 편할 줄 알았는데 땀을 얼마나 많이 흘렸는지..
땅끝이라고 해봐야 별다른 것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백두대간의 시작점이기도 해 그곳에 선 것만으로도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육지를 통해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다는 사실이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전망대에서 숲 사이로 난 데크 길을 따라 바닷가로 내려가면 땅끝탑이 세워져 있고 땅끝탑을 본 후 해안산책로를 따라 다시 땅끝마을로 돌아갈 수 있다.
내려가는 길은 편해도 꽤 가파르다. 내려가는 길이라 천만다행이다 생각하면서 한 계단 걸었는데 한 여름이어서 땀이 비 오듯 했다.
3. 해남 땅끝탑
⊙ 서해랑길 1코스
내려가다 보니 땅끝탑이 보였다. 우리나라 한반도의 최남단 북위 34도 17분 21초.
땅끝탑은 돛대처럼 뾰족한 삼각뿔탑이 뱃머리에 얹힌 모습이다. 땅끝탑을 보니 비로소 땅끝마을임이 느껴졌고 해남 여행 온 것이 실감 났다.
땅끝점에는 거꾸로 서 있는 한반도 모형이 세워져 있다. 땅끝이 맨 위다. 땅끝에서 다시 뒤돌아서면 곧 시작인 셈이다.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뱃머리 모양의 전망대에 서면 가슴이 확 트인다.
여행객들은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을 흉내 내며 사진을 찍는다. 사랑도 약속하고 소망도 기원한다. 땅끝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까지 더해지니 사랑도 소망도 더 특별해지는 것 같다.
땅끝탑까지 내려가면 바다를 가슴에 품을 수 있다. 날씨는 좋지 못했지만 푸른 바다가 붉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잔잔한 감동이 밀려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땅끝탑에서 전망대까지는 530m, 땅끝탑에서 땅끝마을까지는 630m. 이 상황에서도 전망대로 올라가 모노레일을 탈까 잠시 생각했으나 내려왔던 계단을 생각하니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아 마음을 접었다. 해남 여행은 나에게 하나의 교훈을 얻게 하려는 것 같다.
내려가는 길은 나무 데크길과 흙길로 이어졌는데 험난하지도 않았고 힘들지도 않았다.
4. 해남 땅끝마을
⊙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나무 사이로 얼핏 옹기종기 작은 섬들이 머리를 내민 앞바다가 보였다. 종종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 감탄이 이어졌다.
해남 땅끝마을 전망대에서 내려와 땅끝 모노레일 앞에 서니 '한반도의 시작, 땅끝 해남"이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끝에 닿았을 때 되돌아서면 그곳은 곳 시작. 그러므로 땅끝 마을은 이 땅의 시작이기도 하다는 좋은 문구에 고개가 끄덕끄덕해졌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사는 일도 비슷해 한 고개를 넘으면 또 다른 고개가 나타나고, 이제 겨우 끝냈구나 싶으면 또 다른 무언가가 다가온다. 그렇게 끝과 시작이 반복되는 뫼비우스의 띠 위에 선 것이 우리의 인생인 것 같다. 해남 여행을 하며 좋은 교훈을 얻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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